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다이어리나 메모 앱에 올해 꼭 해내고 싶은 목표를 빼곡히 적는다. 그런데 한 조사에 따르면 새해 계획을 세운 사람 중 실제로 이를 1년 내내 지켜내는 비율은 생각보다 크게 낮다고 한다. 많은 이가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는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행동만 나열했을 뿐,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은 간과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해야 할 일만큼이나 ‘하지 않을 일’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새해 계획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전문직 종사자나 자기계발에 열정적인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새해 계획의 수립 방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 부류는 아침 5시 기상, 하루 30분 독서, 주 3회 운동, 연 10권 재테크 서적 읽기처럼 해야 할 일을 시간 단위로 쪼개어 계획표에 채우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부류는 비교적 드문 편인데, 이들은 새해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앞으로 하지 않을 일의 목록을 작성한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소파에 누워 무한정 SNS를 스크롤하는 습관, 출근 전 침대에서 알람을 10분씩 미루는 행위, 주말마다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하느라 하루를 통째로 보내는 패턴 등을 먼저 금지 목록에 올리는 것이다. 이 두 부류의 차이는 목표의 달성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놀랍게도 하지 않을 일을 먼저 선언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높은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인간의 의지력이 결코 무한하지 않다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은 의지력을 근육에 비유하곤 한다. 매일 사용하면 피로해지고, 고갈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계획표에 새로 추가한 ‘해야 할 일’은 전부 의지력을 소모하는 활동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야 할 일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면, 그 순간 이미 뇌는 과부하 상태에 돌입한다. 반면 ‘하지 않을 일’은 기존에 굳어 있던 습관의 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이다. 하지 않을 일을 먼저 선언하면, 굳이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아도 저절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무한 스크롤을 금지한다고 결심하면, 그 시간에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거나 운동화를 신는 행동이 따라온다. 해야 할 일을 강제로 추가하기보다, 에너지를 빼앗아 가던 행동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현재 상황을 진단해 보면, 많은 이가 새해 계획에서 가장 흔한 실수를 저지른다. 그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일정 관리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을 온전히 업무에 쏟는 직장인이 새해에는 매일 2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고, 주 5회 헬스장을 다니고, 매일 30페이지씩 책을 읽겠다고 계획을 세운다고 가정해 보자. 이 계획은 수립하는 순간부터 실패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인간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총 에너지량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기존 일정 위에 새로운 할 일을 계속 얹기만 하면 어느 순간 과부하가 찾아오고 결국 계획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이때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새로 하고 싶은 일을 추가하기 전에, 기존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일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무엇에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출근 전에 스마트폰으로 뉴스와 SNS를 확인하는 30분, 점심 식사 후 유튜브 쇼츠를 보는 20분,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좋아요와 댓글을 확인하느라 흘려보내는 1시간, 잠들기 전 잠을 청한다며 스크린을 바라보는 30분. 이 모든 조각난 시간을 합산하면 하루 2시간이 훌쩍 넘는다. 이를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약 730시간, 즉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셈이다. 이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했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을지 상상해 보면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면 새해 계획의 출발점은 해야 할 일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라지고 있는 시간을 차단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개선 방안으로는 ‘하지 않을 일 목록’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작성해 볼 것을 권한다. 첫 번째는 디지털 소비 영역이다. 업무와 무관하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는 스마트폰을 거실에 두고 핸드폰 없는 시간을 보내는 규칙을 정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수면과 기상 영역이다. 취침 전 30분 동안의 화면 시청을 금지하고, 대신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독서로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대인관계 및 업무 습관 영역이다. 업무 시간 중 불필요한 회의나 즉흥적인 잡담에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을 줄이고, 집중이 필요한 시간대에는 방해를 차단하겠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지 않을 일’을 단순히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종이에 명시적으로 적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두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추상적인 다짐보다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규칙에 더 잘 반응한다. 냉장고나 침대 머리맡에 하지 않을 일 목록을 붙여 두면, 무의식적으로 습관을 이어가려다 목록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행동을 멈추고 재고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 목록은 한 번 작성했다고 끝이 아니라, 매주 말에 그 주간 동안 지켰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지키지 못한 항목이 있다면, 그 항목이 너무 높은 기준으로 설정되었는지 현실적으로 점검하고 다음 주에는 더 지킬 수 있도록 기준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전략의 기대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난다. 먼저, 하지 않을 일을 정하고 나면 하루 중 낭비되던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여유 시간이 생겨난다. 이 여유 시간을 독서나 운동, 재테크 공부에 투자한다면 큰 추가적인 의지력 소모 없이도 균형 잡힌 자기계발이 가능하다. 둘째, 퇴근 후 SNS의 무한 스크롤을 끊어내면 뇌가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닌 조용한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면 수면의 질이 함께 개선되고, 다음 날 업무 집중도 역시 상승하게 된다. 셋째, 하지 않을 일의 선언은 주변 동료나 가족에게도 본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주위 사람들이 아는 만큼, 무의미한 스크롤을 줄이겠다는 결심은 더 쉽게 지켜질 수 있다.
2024년 새해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결코 거창한 목표를 많이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과감하게 버릴 것을 먼저 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법이다. 하고 싶은 일을 더하는 것만으로는 기존의 시간 구조가 바뀌지 않으므로 계획은 곧 흐지부지되기 쉽다. 그러나 하지 않을 일을 명확히 선언하면, 그 자체로 새로운 시간과 에너지가 창출되고 그 빈자리에 진정한 자기계발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다. 목표를 이루는 최고의 지름길은 더 많이 쌓는 것이 아니라, 방해물을 치우는 데 있음을 이번 연초에는 실천으로 옮겨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