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취미를 계획에 넣지 말고, 계획을 취미로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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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ip Phillips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스 키워드가 있다. 바로 ‘새해 계획’과 관련된 설문이다. 최근 발표된 어떤 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계획으로 건강 관리와 재테크를 꼽았지만, 정작 ‘무엇을 즐길지’에 대한 고민은 목록에서 빠져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다이어트나 독서처럼 ‘완성된 결과물’을 요구하는 계획은 세우면서, 막상 주말에 무엇을 할지 몰라 유튜브나 게임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의지력이 아니라 계획표의 설계 방식에 있다. 결과물을 목표로 삼는 순간,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중간 과정에서 실패할 여지가 없으면 오히려 계획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반대로 실패가 용인되는 과정을 계획에 넣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완벽한 취미 생활을 꿈꾸는 대신, 실패해도 괜찮은 실험을 계획에 넣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취미가 없어서 새해 계획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취미는 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잘 그리지 못하는데 그림을 계획에 넣는 것은 부끄러운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새해 계획에서 얻고 싶은 것은 결국 성장감과 뿌듯함이다. 이 감정을 얻기 위해 굳이 남들이 인정하는 결과물이 필요할까? 한 달 동안 매일 10분씩 그림 연습을 했지만 여전히 그림이 서툴다면, 그 시간은 실패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성인 매일 드로잉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관찰 결과를 보면,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꾸준히 시간을 할애했다는 사실 자체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이는 그림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원리다. 실패가 용인되는 과정 자체를 설계하면, 계획은 더 이상 부담이 아닌 놀이가 된다. 이 글에서는 새해 계획을 세울 때 흔히 던지는 질문들을 답변하는 형식으로, 전문가가 아니어도 시작할 수 있는 취미 발굴 실험 전략을 소개한다. 완성된 결과물을 강요받는 계획은 이제 안녕을 고하자.

Q. 나는 어릴 때부터 배운 것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다. 이런 사람도 취미를 개발할 수 있을까?

A.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오해가 깊은 질문이다. ‘배운 것’이나 ‘잘하는 것’이 취미의 전제 조건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취미의 어원과 의미를 곱씹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취미는 본업이나 생계와 무관하게 즐거움을 위해 하는 활동이다. 즉, 출발점이 ‘즐거움’이지 ‘숙련도’가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배운 적 없는 영역일수록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경우가 많다. 가령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주말마다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목공이나 도예가 강한 대비를 준다. 완성된 제품이 예쁘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 과정에서 나무 냄새를 맡고, 손에 흙을 묻히는 경험 자체가 평일의 두뇌 활동을 상쇄시켜 주기 때문이다. 실패가 용인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잘하는 것을 찾는 대신, ‘해보고 싶은 것을 실패할 자유와 함께’ 시도해 보는 것이 새해 계획의 1순위가 되어야 한다.

Q. 매년 새해 계획에 독서 100권을 넣지만, 2월이 되면 포기한다.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A. 목표 설정 자체가 잘못되었다. 독서 100권은 명백한 ‘완성된 결과물’ 기준의 계획이다. 100권이라는 숫자에 도달할 때까지 독서는 의무가 되고, 하루라도 빠지면 실패감을 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목표를 ‘독서 100권’이 아닌 ‘실패가 용인되는 과정’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매일 밤 10분씩 책을 펼친다’는 기준은 어떨까? 10분만 읽고 덮어도 성공이다. 만약 어떤 날은 2페이지 읽다가 졸리면 바로 덮어도 된다. 물론 몇몇 책은 완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성공 기준이 ‘책을 펼친 행위’에 있다는 점이다. 완독이라는 결과물을 계획에서 분리하는 순간, 독서는 다시 즐거운 행위가 된다. 시간 관리 팁을 덧붙이자면, 독서 시간을 일정에 고정하기보다는 다른 루틴에 붙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10분, 자기 전에 불을 끄기 전 10분처럼 이미 형성된 습관 뒤에 짧게 연결하는 것이다. 독서량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계획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Q. 운동 루틴을 만들려고 해도 헬스장 등록만 해놓고 1년 내내 방치하게 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A. 헬스장 등록은 운동 루틴의 시작이 아니라 환경 설정에 불과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 루틴을 ‘주 3회, 1시간 유산소 및 근력’ 같은 갑작스러운 생활 패턴 변화로 설계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상 개선이라기보다는 단기 프로젝트에 가깝다. 실패가 용인되는 운동 루틴의 원칙은 ‘매우 작게 시작해서 맥락을 바꾸는 것’이다. 처음부터 헬스장에서 1시간을 채우는 대신, 집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5분간 스쿼트만 하기로 계획을 수정해 보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5분 운동이 끝난 뒤 샤워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음 날 또 운동복을 입는 것이 어렵지 않아진다. 만약 운동복을 입는 것조차 귀찮은 날이 있다면, 그날은 ‘실패’가 아니라 ‘회복 휴식일’로 받아들이면 된다. 간헐적으로 건너뛰는 것은 루틴의 일부다. 완벽한 실행을 요구하는 루틴은 결국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Q. 재테크도 취미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돈을 불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삶에 활력을 주는 취미로 접근하고 싶다.

A. 재테크를 취미로 접근하는 것은 아주 현명한 전략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취미는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가 아니라 ‘돈의 흐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커피값으로 지출되는 금액을 한 달간 기록해 보라. 지출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그 절약된 금액으로 자신을 위한 새로운 취미 활동에 투자한다면 재테크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게임을 넘어 삶의 균형을 잡는 도구가 된다. 물론 투자 상품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급등하는 종목을 쫓는 행위는 위험하다. 이러한 재테크는 취미가 아닌 도박에 가깝다. 불법 사이트를 통한 투기나 도박성 베팅은 명백히 위험한 행위이므로 경계해야 한다. 건전한 재테크 취미의 핵심은 ‘수익률’이 아닌 ‘소비 패턴에 대한 자기 이해’에 있다. 소비 내역을 분석하며 자신이 어떤 가치에 돈을 쓰는지 발견하는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인 자기계발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돈을 쓰는 순간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게 되면,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Q. 실패가 용인되는 과정을 설계하라고 했는데, 너무 느슨해지면 결국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A. 실패가 용인되는 과정과 목표를 향한 방향성은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핵심은 평가 기준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12가지 새로운 취미를 시도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해 보라. 매달 하나씩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고, 그것이 지속하고 싶은 활동인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어떤 달에는 요리에, 다음 달에는 등산에, 또 다음 달에는 사진 촬영에 도전하는 것이다. 각 취미에 반드시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 활동이 나에게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한 달 동안 해보고 맞지 않으면 다음 달에 다른 것을 시도하면 된다. 이 과정은 실패를 품고 있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가진다. 12개월이 지나면 12가지 활동 중 자신이 가장 즐거워하는 2~3개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전략의 핵심은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 좁혀지는 과정’ 그 자체다. 이 방식은 목표 설정 방법에 있어 기존의 ‘달성 빙고’를 탈피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Q. 매일 반복되는 일상 루틴을 개선하고 싶다. 그런데 큰 변화는 부담스럽고, 작은 변화는 효과를 못 느낀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일상 루틴 개선에 있어 큰 변화가 효과적인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평범한 한 주에 ‘사소한 불편함’을 하나씩 얹는 것이 장기적 변화를 만든다. 여기서 추천하는 방법은 자신이 항상 하던 출근 준비 시간에 새로운 변수를 넣는 것이다. 출근길에 만나는 코스를 일부러 바꿔본다거나, 늘 먹던 아침 메뉴 대신 평소에 시도하지 않던 음식을 골라 먹는 것도 좋다. 이런 사소한 변화는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어 특정한 마인드셋을 형성하게 한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에 음악만 듣던 사람이 팟캐스트 대신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한다면, 그 자체로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는 창구가 생긴다. 이것이 취미 발굴과 연결되려면, 그 시간에 들었던 내용을 일요일에 30분간 정리하는 루틴을 만들어 보라. 정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가 드러난다. 어떤 주제를 정리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관찰하는 것이 진짜 취미를 찾는 지름길이다.

Q. 결국 이 모든 계획이 성공하려면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어떤 마인드셋을 가져야 하나?

A. 새해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마인드셋은 ‘완벽주의 버리기’와 ‘과정 자체를 보상으로 여기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획을 세울 때 미래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한다. 그런데 그 모습에 도달하는 중간 과정은 혹독한 자기 훈련으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전문가처럼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재료 준비부터 손질, 요리, 플레이팅까지 모든 단계가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처음 두어 번은 요리에 실패하고 음식을 버리게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이 바로 ‘데이터 수집’이다. 왜 실패했는지, 조리 시간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도구가 편리한지 기록하는 것이다. 이 기록은 다음 시도의 좋은 재료가 된다. 완벽한 결과물 없이도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학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마인드셋을 가지면 모든 계획이 인생을 성장시키는 놀이로 바뀐다.

이 새로운 접근법을 바탕으로, 취미가 없어 계획표가 비어 있는 사람들은 올해 계획을 다시 작성해 보기를 권한다. 완성된 결과물을 달성하는 계획, 잘해야만 가치가 있는 계획, 남들 앞에 자랑할 수 있어야 성공하는 계획은 모두 잠시 내려놓자. 대신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동네 공원에서 아무렇게나 낙서하는 시간, 매일 퇴근 후 15분간 식물에게 물을 주고 잎을 관찰하는 시간, 매일 밤 잠들기 전 3페이지씩 아무 책이나 읽는 시간과 같이 실패가 용인되는 과정을 계획에 흩뿌려 놓자. 언제 실패해도 되는 조건을 처음부터 설계한다면, 그 계획은 부담이 아니라 휴식이자 즐거움이 된다. 그리고 그 즐거움 속에서 뜻밖의 재능과 만나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2024년의 새해 계획은 더 이상 다이어트 성공이나 독서 100권이라는 거대한 숫자에 짓눌리지 않길 바란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완성된 결과물의 개수가 아니라, 매일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발견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